개 식용금지법' 제정에 성남 모란시장 관련 업소들 '한숨'
개고기 취급 업소 폐업하자니 '막막', 전업하려니 '경험 부족'

전국 최대 개시장으로 불리는 성남 모란시장  찾는 사람없어 썰렁하다 
전국 최대 개시장으로 불리는 성남 모란시장  찾는 사람없어 썰렁하다 

"한때는 전국 최대 개 시장이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손님이 없어요. 30년 넘게 식용 목적으로 개를 팔았는데 이제 이 장사도 접어야겠네요."

개 식용금지법(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증식에 관한 특별법)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함에 따라 앞으로 성남 모란시장을 비롯해 국내에서 개 식용이 금지된다.

개 식용금지법의 주요 내용은 개를 식용 목적으로 사육·증식하거나 도살하는 행위, 개나 개를 원료로 조리·가공한 식품을 유통·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

또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사육·증식·유통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다만 업계의 전업·폐업 등 준비 기간을 고려해 3년간 처벌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이날 오후 모란시장에서 만난 개고기 취급 업소 상인들은 "폐업하자니 평생을 해온 생업이라 막막하고, 다른 일을 시작하자니 나이는 많고, 경험은 부족해 쉽지 않다"라고 답답해했다.

전국 전통시장 가운데 가장 사람이 많이 몰린다는 모란민속5일장(4·9일 낀 날 열림)이 열렸지만, 이른 아침부터 많은 눈이 내려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현재 모란시장에는 건강원과 일반 음식점 20여 곳에서 개고기나 이를 원료로 조리·가공한 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시장 입구 근처에서 건강원을 운영하는 A(60대) 씨는 "한약재 섞은 '개소주'와 개고기 판매가 매출의 80%를 넘게 차지하는데 앞으로 법으로 팔지 못하게 한다니 솔직히 어떡해야 할까 막막하다"고 말했다.

개고기를 취급하는 다른 건강원 업주 B(50대) 씨는 "전업하라고 말하기는 쉬워도 30년 넘게 해온 생업인데 다른 일을 시작하라면 선뜻 그렇게 할 수 있겠냐"며 "최대한 버티며 자구책을 찾아보려 한다"고 했다.

김용북 모란시장 가축상인회장은 "개식용금지법에 개고기를 취급하는 관련 업종 지원방안이 명확히 담기지 않은 것 같은데, 예를 들어 저리로 대출해주는 식의 지원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거다. 정부, 지자체와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모란시장에서 개고기를 취급하는 업소는 1960년대 시장 형성과 함께 들어서기 시작, 2001년 54곳이 개를 진열하고 도축 판매할 정도로 성업했다.

이후 개고기 식용에 대한 국내외적 압박이 고조됐던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소비가 주춤해져 점포는 절반으로 줄었다.

2017년까지 20여개 개고기 취급 업체에서 거래된 식용견은 한 해 평균 8만 마리에 달했다. 이에 따라 개 도살과 소음·악취로 지역주민 민원과 동물보호단체의 반발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성남시와 모란가축시장 상인회가 2016년 12월 '모란시장 환경정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시장 내 개 진열·도축 시설을 철거했지만, 이후에도 모란시장에서는 개고기를 취급하는 20여개 점포가 여전히 영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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