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국면 핑계 우리들 삶 무시해도 되나..

영화속 실제인물 소성리 할머니들

북한 미사일 요격용으로 사드배치를 하기 전 이곳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는 한적한 산골 마을 동네 였다.
워낙 산골 동네라 보니 젊은이들 보다 노인 들이 많은 우리나라 어느 산골 마을과 다름없는 곳이었지만  사드배치 소식이 전해진후 이곳 마을은 국내외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그런데 이곳마을이 다쿠멘터리 영화로 제작돼 또 한번 세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박배일 감독의 영화 소성리 는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서울독립영화제, 서울환경영화제 등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에 열린 영화제를 휩쓴 화제작이었다.

스토리는 '사드'(THAAD) 배치를 반대하는 경북 성주시 초전면 소성리 주민들의 투쟁을 다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대상 수상작 격인 '비프메세나상'을 받을 정도로 수작이다.

하지만 이곳도 약 70년 전  6.25전쟁 당시에는 빨갱이라는 오명과 마을 사람들이 학살당한 아픈 기억을 가진 마을로 사드 배치는 주민들의 마음속 깊이 감춰 있던 트라우마를 꺼낸 것이라 볼수있다.

■ 평범한 산골마을 할머니들의 투쟁적인 삶

소성리 인기스타 작은고추 할머니

조용하던 산골동네 소성리에  어느 날 갑자기 경찰의 호위 속에 생전 처음 보는 이상하고 낯선 물체가 들어오면서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른다.

소박하게 농사를 지으며 평온한 일상이 이었지만  이상하게 생긴 무기인 사드가 배치되면서 마을이 전쟁터가 됐다.  사드 반대 단체와 사드 찬성 단체들이 성주에 몰려와 서로에게 확성기를 들이댄다.

긴장속 하루 하루를 보내는 주민들은 6,25 전쟁후 지독한 가난을 겪으며,  빨갱이 프레임 속에서 평생을 숨죽인 채 살았던 소성리 주민들께  마음속 깊이 싸매고 있던 감각의 봉인이 해제 됐다.

즉 사드배치는 전쟁을 경험한 이곳 할머니들께는  전쟁과 안보 보다  또 다른  공포로 국방용 무기가 아닌 기억 속에 봉인돼 있던 전쟁 시절로 돌아가게 만드는 아픈 기억속을 떠올리는 단초가 됐다.

또한,  사드는 전쟁 이후 가난과 불안을 간직한채  무서운 통증의 시작으로  한동안 꾸지 않았던 죽음에 대한 악몽을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계기가 돼버렸다

■ 왜 사드를  우리 마을에 배치해야 하는데~ 

애초 소성리는 군대가 주둔해 있는 곳도 아니고 전쟁과  싸움과는 영 거리가 멀어보이는 평범한 농촌 마을이다.  한국 전쟁 당시 소성리 주민들 일가 친척의 상당수가 국민보도연맹에 연루되어 고초를 치르긴 했지만, 이는 대한민국 어느 마을에서나 종종 들을 수 있는 아픈 역사의 흔적이다.

이는 국가 권력자들의 잘못된 판단과 결정 하에 한국전쟁, 사드 배치 등으로 반복되는 민중들의 수난사를 암시하기도 한다.

영화는 별탈 없이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과거 한국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아픔을 겪은 소성리 할머니들이, 사드 배치를 계기로 그들 자신과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는 정쟁에 휘말려 평범한 삶을 박탈 당하는 수난기에 주목한다.

여느 농촌마을과 다를 바 없이 농사 짓고, 주민들끼리 모여 담소를 나누는 소성리의 일상적인 풍경을 전달하는 도입부가 유독 긴 것도, 사드 배치로 삶에 대혼란을 겪은 주민들의 변화에 설득력을 부여하고 하는 연출 의도와 부합한다.

■ 액티비즘 경향 벗어난 또다른 매시지 전달

과수원집할매들

영화 소성리는 액티비즘(행동주의) 경향을 띠고 있지만,   연출, 촬영, 메시지 전달에 있어서 기존의 액티비즘 영화들과는 확연히 다른 결을 보여준다.

투쟁 현장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보여주는데 반해 소성리 는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격렬한 투쟁의 현장으로 탈바꿈된 소성리란 공간과 그 속에 살고있는 사람들을 다루고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배치된다는 사드가 법 없이도 잘 살고 있었던 사람들의 일상의 평화를 망치는 순간, 조용히 소성리 마을과 주민들을 응시하던 영화는 그때서야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평화가 무엇일까. 사드 배치를 둘러싼 여러가지 정치적, 경제적 이해 관계를 따져보기 전에,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침해하는 것이 옳다고 할 수 있을까. 사드 배치 찬반 의견을 떠나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질문이다.

사드 배치 문제로 인해 조용할 날 없는 소성리이지만, 그럼에도 소성리 주민들의 삶은 계속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연일 지속되는 싸움에 지쳐있을 법도 하지만, 생기를 잃지 않는 소성리 할머니 들의 환한 웃음을 머금은채  끝나는 영화는 일상의 소박한 평화를 위해 지금도 투쟁 전선에 나서는 소성리 주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다쿠멘터리 영화 소성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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