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철새들 둥지 찾아 이곳 저곳 기웃기웃
반면 텃새는 오직 한곳만 지켜 신뢰감 더해줘
지식 가득찬 오징어 먹물보다 작지만 지조있는 멸치 정치인 본받아야

 

멸치 아가씨와 오징어 총각이 사랑에 빠졌다. 둘이 결혼을 하려고 양가를 번갈아 방문했다. 오징어 집안은 멸치가 체구는 작아도 뼈대는 있는 집안이니 그 집 규수를 한번 얻어 봅시다, 라며 환영했다.

그런데 멸치 집안은 예로부터 뼈대 없는 집안 사람들은 지조가 없다며 반대했다.

거절당한 오징어 집안은 그래도 자신들은 “먹 글씨 쓸 먹통도 있는 선비 집안”이라며 애써 “멸치 집안을 무시”했다.  소설가 한승원의 동화 ‘뼈대 있는 집안, 뼈대 없는 집안’에 나오는 이야기다.

연예인과 정치인은 국민의 관심을 먹고 자란다.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이야기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는 유명한 사람이면 그 사람이 과거 무슨 일을 했거나 무조건 국민의 대표가 될 수 있는 자격자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 21대 국회의원들 중 행정고시 출신자가 27명으로 가장 많고 변호사 20명, 언론인 20명, 검사 15명, 기업인 11명 대학교수 10명 보건의료인이 9명이다.

정치권 이합집산·합종연횡이 어지럽다. 추후 공천여부에 따라 후속 탈당이 줄을 이을 조짐이다. 어제 동지가 오늘 적이요, 내일은 다시 동지다. 철새논쟁도 벌어졌다.

이러한 정치풍토 속에 텃새와 철새 란 정치적 부정적 용어도 등장했다. 

원래 철새나 텃새는 계절에 따라 서식지를 바꾸거나 바꾸지 않는 새일 뿐이다. 폭풍 등을 피할 수 있으면 텃새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철새다. 정치인이 철새만 부정적 용어로 만들었다.

과거 철새는 비판 대상이고, 텃새는 ‘일편단심 충신’으로만 알았다. 그러나 시각이 바뀌었다. 옳든 그르든 줄만 잘 잡아 권한을 휘두르고 호가호위 부류도 적지 않다.

‘과거 권력’에서 단물 빨다 잽싸게 ‘미래 권력’에 줄을 서고 텃새인 양하며, 공천권을 휘두르는 위장 텃새도 적지 않다. 철새나 텃새 여부가 지조와도 관련 없다.

정치 철새는 본인 문제일 수 있다. 반면, 능력과 정치력이 아닌, 자파 여부에 따라 공천권을 휘두르면, ‘텃새의 텃세’ 탓일 수도 있다. 텃세가 동료를 철새로 만들기도 한다. ‘텃세’는 기득권자가 늦게 오거나 자파 아닌 사람을 업신여기며, 위세를 떨거나 괴롭히는 경우다.

돈과 권력 냄새를 맡는 능력이 탁월해 오래전 둥지를 튼 해바라기 '황금철새'가 정당한지, 이들 홀대에 떠난 ‘정치 철새’가 부당한지 분명치 않다. 정당이 부패비리로 오염됐거나 폐쇄성으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탈당도 있다.

이리갔다 저리갔다하는 이언주 의원 처럼 이번 총선에서도 여야 공천 후 탈락한 정치인들이 또 어떤 둥지를 찾아 날아갈지 지역민들은 철새보다 머리에 먹물만 든 오징어 보다 작지만 지조를 지키는 뼈대있는 멸치 집안 정치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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