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폰' 제출·차명폰 관계자 접촉 정황 등 불리하게 작용한듯

법원이 18일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최대 쟁점이던 '증거 인멸 우려'에 대한 검찰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로 풀이된다.

송 전 대표는 앞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해도 기각시킬 자신이 있다고 공언했으나, 결국 증거 인멸 시도로 의심될 수 있는 과거 행적에 발목을 잡혔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송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피의자를 구속하려면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증거 인멸 또는 도주 염려가 있어야 한다.

검찰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서 송 전 대표가 수사 과정에서 증거를 은닉하고 관계자를 회유한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프랑스 파리에서 귀국할 때 기존에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폐기하고 산 지 일주일가량 된 '깡통폰'을 검찰에 제출한 점, 차명 휴대전화를 이용해 사건 관계자들과 접촉하며 수사 동향을 파악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또 송 전 대표의 불법 정치자금 조달 창구로 검찰이 지목한 '평화와 먹고사는문제 연구소'(먹사연)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지난해 11월 교체됐고, 이와 관련해 송 전 대표 보좌관이었던 박용수 씨가 선제적인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는 점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전 대표는 검찰이 강제 수사에 착수하기 전인 지난 3월께 파리에서 먹사연과 경선 캠프에서 회계 업무를 맡았던 박모씨와 만나기도 했다.

반면 송 전 대표는 그동안 증거 인멸 의혹과 관련해 비난받을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휴대전화는 프랑스 대학에서 제공한 현지 폰을 사용하다가 입국하면서 바꿨을 뿐이고 먹사연 하드디스크는 정기적인 교체의 일환이었다는 게 송 전 대표 설명이었다.

또 프랑스로 단체 여행을 온 직원을 만난 일, 검찰 조사로 힘들어하는 직원이 걱정돼서 챙긴 일을 무리하게 증거인멸 정황으로 엮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장 심사가 열린 이날도 "정당한 방어권 행사"라거나 "참고인에게 상황이 어떤지 전화한 것을 증거인멸이라고 말하면 너무 불공정한 게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 부장판사가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피의자의 행위 및 제반 정황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지적함에 따라 이같은 송 전 대표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유 부장판사는 이날 송 전 대표의 혐의를 두고도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당 대표 경선과 관련한 금품 수수에 일정 부분 관여한 점이 소명되는 등 사안이 중하다"고 판단했다.

송 전 대표가 그간 '검찰이 위법한 별건 수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을 거듭했다는 점에서, 잠정적으로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인정해준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다만 혐의의 소명은 '증명'보다는 낮은 정도의 심증이고 검찰 수사의 절차적 정당성 역시 정식 재판을 통해 결론이 난다는 점에서, 송 전 대표는 기소 이후 재판 과정에서 다시 증거와 법리를 둘러싸고 검찰과 법정 대결을 이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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