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양 공항  3500억 투입하고도 年100억 손실 
-전남무안 공항, 당기순손실 200억원, 최근 10년간 손실액 1300억원 적자
- 만성 적자 공항 속출에도 대경 신공항등 10개 신규 추진 신공항 정책

만성적자 무안공항 주민들이 고추를 말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만성적자 무안공항 주민들이 고추를 말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별 신공항 사업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국내 15개 공항 가운데 10개가 만성적인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국에서 추진하는 신공항 건설 사업만 10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기존 공항 가운데 흑자 구조를 갖춘 공항은 인천·김포·제주·김해·대구 등 다섯 곳에 불과하다.

기획재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반영한 신공항 사업은 총 8개로 2023년(5개)보다 3개(대구경북신공항, 서산공항, 백령도공항) 늘었다. 지방자치단체 단체에서 추진 중인 경기국제공항, 포천공항 등을 포함하면 10개의 신공항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신공항 건설의 명분은 제각각이다. 부산 김해공항에 이은 두 번째 부산권 공항인 가덕도신공항은 정부가 유치전에 나선 2030년 부산세계박람회 대비를, 대구경북신공항은 지역경제 발전을 명분으로 내걸었다. 각각 총사업비 10조원이 넘는 초대형 사업이다.

​전라북도는 새만금 부지 개발의 일환으로 새만금국제공항을, 충청남도는 공항이 없는 유일한 지자체라는 점을 들어 서산공항을 건설하겠다고 나섰다.

제주도는 관광 수요 대응을 위해 서귀포에 제주 제2공항 건설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주민의 교통권 증진을 이유로 울릉도, 백령도, 흑산도 등 도서지역에서도 소형 공항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2024년 가덕도신공항이 착공하면서 올해 1366억원이던 신공항 건설 예산은 내년 약 다섯 배인 6718억원으로 늘었다. 문제는 지금 있는 공항도 상당수가 탑승객이 적어 만성 적자에 시달린다는 점이다.

◆ 강원도 양양 공항  3500억 투입하고도 年100억 손실 

한국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국내 15개 공항 중 무안, 양양, 군산 등 10개 공항은 매년 적자(영업손실)를 내고 있다.

텅 빈 지방 공항은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특히 수도권 과 동 떨어전맘 진 지방 공항은 만성 적자 행진이다. 

실제로  강원 양양공항의 2500m 길이 활주로는 비행기 한 대 없이 텅 비었다. 지난해 38만명이 오가던 입·출국장은 조명이 꺼진 채 문이 닫혀 있었다.

직원들이 사라진 10여 개 발권 카운터에는 ‘양양~제주행 운항 중단’을 알리는 안내판이 놓여 있었다. 양양공항을 모(母)기지로 하루 2차례 제주를 왕복하던 플라이강원이 경영난으로 운항을 중단하면서 양양공항이 다시 기능 중단 상태에 빠진 것이다.

저비용 항공사 플라이강원은 중국 관광객을 공격적으로 유치하겠다며 2019년 항공 업계에 진출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국제선 운항이 2년 3개월 멈추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항공기 임차료 등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영업 적자 규모가 400억원대를 넘어서자 지난 23일 법원에 회생 신청을 했다. 게다가 대한항공이 유가 상승을 이유로 김해~양양 노선 운항을 중단해 양양공항은 매년 1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내고 있다.

하지만 국비 3500억원을 투입해 지어놓은 국제공항을 당장 폐쇄할 수도 없어 ‘밑 빠진 독 물 붓기’가 이어지고 있다.  양양공항은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소규모인 강릉·속초공항을 대체할 국제공항을 지어야 한다”는 지역 정치 논리로 시작됐다.

당시 “강원 영동권 항공 수요가 30여 만명에 불과해 사업성에 문제가 있다”는 분석은 무시됐다. 양양공항은 2002년 4월 개항했는데 248만㎡ 부지에 연간 국내선과 국제선 4만3000여 대를 수용하고 300만명 이상의 승객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를 갖췄다.

그러나 경제성을 무시한 결과는 참담했다. 활주로 활용률이 매년 1% 안팎에 그쳤다. 지난해 국내선과 국제선 2900여 편이 운항해 역대 최대지만 시설 유지비 등은 매년 꼬박꼬박 나가 최근 10년간 누적 손실액이 1100억원대에 달한다. 

 이용객 없어 텅빈 대합실  양양 공항 대합실  기사제휴= 연합뉴스 
 이용객 없어 텅빈 대합실  양양 공항 대합실  기사제휴= 연합뉴스 

양양 공항처럼 전남 무안공항의 사정도 비슷하다.

국고 3000억원을 투입해 2007년 개항했지만 만성 적자 상태다. 지난해 무안공항의 당기순손실은 200억원, 최근 10년간 손실액은 1300억원을 넘었다. 274만㎡ 부지에 닦은 2800m짜리 활주로 활용률이 국내에서 가장 낮은 0.1%에 불과 빈 활주로에 고추 말리는 사진이 공개돼 ‘고추 공항’으로도 불린다.

적자 지방 공항이 10여 곳에 달하지만 ‘지방 신공항’ 추진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사업성 부족 판정을 받은 서산공항도 재추진 중이고 대구 경북 신공항도 추진 중이다. 

경북 탑뉴스는 연합 뉴스와 기사 제휴 매체 입니다
저작권자 © 경북 탑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