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정부의 복지 사업마다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 정책에 사실상 결정권을 가지도록 해 신규 사업뿐 아니라 기존 복지사업도 ‘정비’ 대상으로 삼았다.

 아동복지정책의 유형에는 보편주의 원칙과 선별주의 원칙 두 가지가 있다.
비교적 순수한 보편주의적 접근의 예로는 아동수당을 들 수 있다. 경제상황과 관계없이 모든 가정에 수혜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선별주의적 접근의 대표적인 예는 공공부조제도이다. 영국의 구빈법이나 우리나라의 생활보호법은 비교적 순수한 형태의 선별주의에 가깝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선별주의에 토대를 두고, 보편주의적 아이디어를 접목시킨 것으로  종래의 생활보호법과는 달리 인구통계학적 기준을 적용함이 없이 모든 사회구성원이 기본적으로 이 제도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편주의와 선별주의는 각기 나름대로 타당한 논리적 기반을 지니고 있다. 또한 보편주의와 선별주의간의 논쟁은 이념형적인 양분법에 토대를 두고 있다. 따라서 실제에 있어서는 순수한 보편주의적 또는 선별주의적 접근에 의한 사회복지정책 뿐 아니라 이 두 접근을 혼용한 정책방안을 구축하는 것이 가능하다.

Theda Skocpol이 제시하고 있는 '보편주의하의 표적할당'도 양 접근을 접목한 예로 볼 수 있다. 보편주의하의 표적할당은 보편주의적인 사회복지 프로그램의 틀 안에서 보다 불우한 사람들이 낙인 없이 여분의 급여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예로는 세금환원(tax backs)을 들 수 있다.

이는 보편주의에 의해 제공되는 사회복지 급여를 조세가 부과될 수 있는 소득액에 포함시킴으로써 보다 부유한 사람들이 보다 많은 세금을 내거나 세금감면을 적게 받도록 하는 방안이다.

또 다른 예로는 특별한 조건을 지니고 있는 이들에게 기본적인 '보편적 급여+특별급여' 방식으로 접근하는 방안도 있다.

저소득가정이나 장애아동에게는 가족수당 외에 따로 특별급여를 제공하는 것을 들 수 있다.
보편주의는 선별주의가 지니고 있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소할 수 있는 접근방법으로 주장된다.
즉 보편주의적 접근에는 '주는 자와 받는 자'라는 양분도식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보편주의적 체제는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통합을 유지하는데 유리하다는 것이며, 이러한 인간 존엄성과 사회통합의 유지는 사회구성원간의 상호부조 행위를 활성화하는 데 필요한 토양을 활성화함으로써 사회복지의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우리 복지제도는 중앙과 지자체, 각 부처와 부서 간 칸막이를 높이 세우고 제각각 추진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복지 지출은 계속 늘어나는데도 현장의 복지 체감도는 그만큼 늘어나지 않는 비효율성이 발생했다.”

총리실 직속 기구가 지방정부의 새 사업 발표를 두고 협의·조정을 문제 삼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를 보면, 중앙행정기관장과 지방자치단체장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2항).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회보장위원회가 이를 조정한다(3항). 중앙행정기관장과 지방자치단체장은 위원회의 심의·조정 사항을 반영해 사회보장제도를 운영 또는 개선해야 한다(제20조 4항). 중복을 사전에 방지해 누수를 막는다는 취지다.

정부가 제동을 거는 것은 신규 사업만이 아니다. 지자체가 자체 실시하는 복지사업 중에서 중앙정부 것과 유사하거나 중복될 소지가 있는 사회보장 사업 1496개에 대해 ‘정비’를 추진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지자체 자체 복지사업 예산의 15.4%에 해당하는 규모다. 복지부가 지역 복지사업을 평가할 때 ‘복지 재정 효율화’ 부문을 신설해 정비 실적을 평가하고, 우수한 지자체에는 포상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단순한 인센티브 수준을 넘어선 강한 제재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돈이다. 행정자치부가 9월30일 입법 예고한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사회보장위원회의 조정 결과를 따르지 않을 경우 지출한 금액만큼의 지방교부세를 감액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방교부세 의존도가 높은 지방정부에는 부담이 크다.

이에 앞선 9월18일 법제처는 사회보장제도를 신설 또는 변경할 때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는 법조문 중 ‘협의’의 의미를 ‘합의 또는 동의’로 해석했다. 이러면 보건복지부가 지방정부 정책에 사실상 결정권을 틀어쥐게 된다.

지방정부가 자기 돈으로 복지의 빈틈을 메우겠다는데 중앙정부가 왜 제동을 걸까. 복지 재정 흐름을 들여다보는 관찰자들은 최근 보육·노령 등 주요 정책에서 중앙정부가 지방에 부담을 떠넘겨온 추세에 주목한다.

정부가 정비 대상으로 지목한 지자체 자체 복지사업 종류를 예산 대비 비율로 보면 △보호 ·돌봄 36.9%(3684억원) △생활지원 16.3% (1626억원) △생계 16.1%(1612억원) △요양·돌봄 10.2%(1016억원) 등이다.

과잉·중복을 걱정할 정도로 수요가 충분히 충족되고 있다고는 말하기 어려운 분야다. 복지제도가 성숙해가는 단계에서 지방정부의 각종 실험을 중앙이 사전 혹은 사후에 저지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정부의 자율적인 정책 실험이 현장에서 평가받고 살아남아 결국 전국으로 퍼져나가는, 지방자치제 특유의 선순환 고리를 중앙정부가 미리 끊어버리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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