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들 가야금 병창 등 공연 선물
-군인은 적과 전투, 학생은 공부가 본분,
-센트로 관광호텔, 객실 무료제공

호국의 고장’ 경북 칠곡군에서 22일 6·25 전쟁 70주년 기념 행사가 열렸다.

군은 6·25 전쟁을 포함해 70년간 국내외 전투에 참전하거나 국방의 의무를 다하다 부상을 입은 용사 8명을 초청했다.

칠곡군민들은 한마음으로 용사들을 환영하면서 행사의 격을 높였다.

행사 전날 용사들이 방문한다는 소식을 접한 군내 숙박업소 ‘센트로 관광 호텔’은 용사들을 위해 8개 객실을 무료로 내놓았다. 건물 입구에는 ‘호국 영웅 8인, 천안함 용사의 방문을 환영합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이 내걸렸다.

객실에도 각종 다과들이 비치됐다. 호텔을 운영하는 김정근 대표는 “존경받으셔야 할 분들이 오신다기에 직원들과 함께 약소하나마 아이디어를 내 봤다”고 했다.

행사에는 조석희(95) 6·25 참전유공자와 이길수(74) 월남전참전지회장, 제2연평해전에서 왼쪽 손가락이 관통되자 오른손으로 대응 사격을 했던 권기형(39) 예비역 병장, 전준영(33)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 전우회장,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참전한 권준환(48) 예비역 소령, 북한의 목함 지뢰에 다리를 잃은 하재헌(26) 예비역 중사 등이 참석했다. 아덴만 여명작전에서 활약한 석해균(66) 선장, 이라크 자이툰 부대에 파병됐던 강문호(53) 작전계획관도 자리했다.

이날 행사 하이라이트는 순심여고 2년 배근영(17) 양이 부른  ‘사랑 사랑 내 사랑아, 어화둥둥 내 사랑아’ 가야금 병창이었다.

배 양은 “참전용사들께서 나라를 사랑하셨던 마음, 후손으로서 드리는 사랑의 마음을 전달하고자 이 노래를 골랐다”고 했다.

백선기 칠곡군수와 순심여고 학생 8명은 6·25 70주년 기념 배지와 카네이션, 김희열 한국화가가 그린 사계절 풍경이 담긴 족자를 용사들에게 전달했다.

순심여고 배근영 학생이 사랑가를 부르고 있다.
순심여고 배근영 학생이 사랑가를 부르고 있다.

약 30분간 세대를 넘나든 대화의 시간도 가졌다.

할아버지가 6·25 참전용사였던 이희승(17) 학생이 “천안함 사건의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하셨느냐”고 묻자 전준영 회장은 “상처가 나아지고 있을 뿐 극복은 없는 것 같다”면서 “많은 천안함 전우들이 여전히 상처를 견뎌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이 양의 할아버지는 전쟁 중 북한군에 붙잡혔다 역시 포로 생활 중이었던 이 양의 할머니를 만나 결혼했다. 이 양은 “할머니를 만나 행복해하셨지만 할아버지 다리에 있던 총알 맞은 상처는 지워지지 않았다”면서 “용사분들의 말씀을 듣고 그 상처의 무게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일부 학생은 눈물을 짓기도 했다. 권기형 예비역 병장이 “군인이었던 저는 적과 싸우는게 본분이었다”면서 “학생인 여러분들은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공부하는 본분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했다. 마이크를 잡은 권 병장의 왼손 엄지와 검지에는 연평해전 당시 총탄에 입은 상흔이 여전했다.

담화가 끝난 뒤 이원진(17) 학생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이 양은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잘하라는 평범한 말이 너무 슬펐다”면서 “전쟁이 남 일 같았는데 용사님 손가락을 보니 결코 내 삶과 멀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지난해 천안함 전사자를 추모하는 ‘천안함 챌린지’ 운동에 참여했던 학생들도 이날 자리를 지켰다. 강보경(17) 학생은 “천안함을 포함해 잊어선 안되는 많은 일들을 앞으로도 기억하겠다”고 했다.

용사들은 이날 오후 칠곡군내 호국의 다리에서 6·25 장병들을 위해 국화꽃을 헌화한 뒤 행사를 마치고 돌아갔다. 용사들은 칠곡군의 환대 에 감사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자리를 지킨 석해균 선장은 “호국은 심장이며 그 심장이 뛰어야 나라가 산다”면서 “호국을 잊는 것은 심장, 호흡을 잃는 것과 같다”고 했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6·25 70주년을 맞아 나라를 지켜주신 용사들을 모실 수 있어 영광”이라면서 “보훈의 일상화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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