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여 차례 행정조치·고발에도 '배짱'
- 낙동강 인근 의성 재활용업체 사업장에 10m 폐기물더미 방치

쓰레기 산은 웅장했다. 보통 유적지나 문화재에 쓰는 형용사지만, 쓰레기 산의 분위기를 가장 정확히 나타내 주는듯 했다.

환경부가 집계한 1t 넘는 쓰레기더미개수는 전국적으로 235개, 규모는 약 120만t에 이른다. 이 쓰레기더미가 높게 쌓여 마치 산과 같아 쓰레기 산이라 부른다.

그럼 웅장한(?) 쓰레기 산들은 어떻게 쌓인 것일까. 고향에 갔다오다 이곳에 들렀다.

의성단밀면 쓰레기 더미 마치산처럼 보인다.

◇ 글로벌 뉴스가 된 의성 쓰레기산

미국의 케이블 채널 CNN은 경북 의성군의 쓰레기 산을 보도했다. 의성군 단밀면 생송리의 한 폐기물 처리장에 쌓여 있는 거대한 폐기물더미다.

CNN은 한국 플라스틱 문제는 엉망진창(South Korea's plastic problem is a literal trash fire) 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CNN이 경북 의성군의 쓰레기 산을 보도하며 붙인 리포트의 제목이다. 그들이 지적한 원인은 플라스틱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한다는 것.

쓰레기 문제는 대부분 플라스틱 사용의 폭증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의 1인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98.2㎏으로 미국(97.7㎏)을 제치고 세계 1위다.

◇ 낙동강 인근 의성 재활용업체 10m 쓰레기 산 

경북 의성군 단밀면 쓰레기 산은 흙만 있으면 야산처럼 보인다.  이곳 주민들은 쓰레기산 이전에는 토끼, 꿩, 노루가 뛰어놀던 산이 현재는 쓰레기장으로 변해 여름철에는 악취와 먼지는 물론  해충도 많이 발생해 생활하기가 곤란하다고 토로했다.

주민들은 쓰레기산 때문에 편하게 빨래를 밖에 말리지도 못하고 바람이 많이 불면 대문도 창문도 활짝 열지 못한다"고 하소연 했다.

이곳은 낙단교를 지나 단밀면소재지로 향하는 의성군 단밀면 생송리에 자리잡고 있어 의성 안계 방면 국도에도 훤히 보인다.

최초에는 검은색을 띄었지만 지금은 불도나고 비도 많이 맞아 회색을 띄고있다.

겨울철이라 그런지 도로변에서는 악취가 나지 않았다.

논밭을 가로질러 가까이 가보니 플라스틱, 스티로폼, 비닐, 천 따위가 땅바닥에서 10m 이상 높이로 쌓여 폐기물더미 언덕을 이룬다.

옆에는 조립식 창고같은 공장이있고 인근에는 쓰레기 분쇄장비, 포크레인, 트럭 등이 멈춰서 있다.

이곳 쓰레기 산은 ㈜한국환경산업개발이 의성군에서 폐기물재활용업 허가를 받아 운영하는 4만㎡가 쓰레기 산이 됐다.

허가 대상 폐기물은 폐합성수지와 폐섬유, 폐고무류이고 생산품은 고형연료를 만들기 위한 폐합성수지 중간가공폐기물이다.

◇ 의성군 행정처분에도 배째라식 일관

업체는 지난 2008년 4월 중간재활용업(허용 보관량 1천137t), 2013년 7월에는 종합재활용업(허용 보관량 1천20t)으로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군이 허가한 폐기물 보관량은 중간·종합 재활용 합해 2천157t이다. 그러나 의성군은 현재 이 곳에 폐기물 7만4천여t(중간 2만1천t, 종합 5만3천t)이 쌓여 있는 것으로 바  허가량의 34배나 넘는 양이다

이 업체의 중간재활용업에는 2014년부터 지금까지 폐기물관리법 위반으로 영업정지 3차례, 고발 2차례를 했고 지난해 8월에는 허가취소까지 했다.

의성군은 종합재활용업에는과태료 1천만원 부과, 고발 4차례, 과징금 2천만원 부과에 영업정지도 7차례에 이른다.

그때 마다 업체는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시작해 집행정지처분을 내고 그 기간을 이용해 계속 폐기물을 들여와 방치량은 계속 늘어났다고 한다.

의성군은 한국환경산업개발에 20여차례 행정조치와 고발을 하는 등 대응에 나섰으나 한계가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의성 군은 사실상 업체의 폐기물처리 능력과 의지가 없다고 보고 행정대집행을 검토했지만 처리 비용만 100억원 넘을 것으로 보여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따라 군은 우선 허가를 취소한 중간재활용 방치 폐기물 2만1천t을 처리키 하고자 환경부에 예산 51억7천만원을 신청했다.

상주낙단보, 의성 쓰레기장과 거리는직선으로 7~800미터에 불과하다

◇ 쓰레기산서 배출되는 침출수 인근 낙동강 유입..구미시 해평 취수원 상류

주민들은 폐기물 더미에서 나오는 침출수에 따른 인근 낙동강과 지하수 오염을 우려한다. 이곳에서 낙동강까지는 직선거리로 약 700∼800m에 불과하다.

주민들은 이곳서 나오는 쓰레기 침출수기 수질오염 과 토양오염을 시킨다며 의성군에 환경영향평가를 의뢰했다.

주민들과 함께 이곳 야적장은 낙동강과 지근거리에 위치해 여름철 폭우시 침출수가 낙동강에 유입시 구미시민들의 상수도 취수원인 해평 취수장에도 영향을 미치지않을까 우려한다.

이는 각종 오염물질이 함유된 쓰레기산 야적 환경오염 영향으로 비가 많이 올시 고스란히 낙동강으로 흘러 들어가기 때문이다.

◇ 쓰레기 폐기물도 가지 가지

우리나라 쓰레기 산을 이루는 폐기물은 크게 방치 폐기물과 불법 투기물로 나뉜다. 방치 폐기물은 처리 업체가 산이나 빈터공등에 쌓아놓고 처리하지 않고  방치된 폐기물이다.  불법 투기물은 폐기물 처리 장소도 아닌 임야에 무단으로 쌓아놓는 것을 말한다.

모든 쓰레기 산은 비슷한 과정으로 '융기'한다. 일단 장소는 대부분 재활용 업체 또는 폐기물 중간 처리 업체 부지다. 먼저 일반 사업장, 건설 현장 등에서 쓰레기를 받아온다. 이를 재활용하거나 매립지·소각장 등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시설 부족, 비용 문제 등으로 폐기물이 적체된다.

들어오는 쓰레기는 늘어나고 처리는 늦어진다. 업체가 쌓아둘 수 있는 쓰레기는 부지 면적에 따라 한도가 있다. 한도를 초과하면 지자체가 업체 대표에게 양을 줄이라고 명령하는데, 이때 '나 몰라라'식으로 대표가 도주하거나 지자체와의 법정 공방 끝에 실형을 살게 되는 것이다.

의성 쓰레기 산은 악취가 나고 화재가 나기도 한다. 건설 폐적토뿐 아니라 옷가지, 스티로폼, 플라스틱 등 가연성 소재투성이다. 여름철 높은 기온에 부패해 마을 전체에 쓰레기 썩는 냄새가 진동한다.

인근 마을 주민들은 악취에 대해 여름철만 되면 말도 못 한다" "일단 가서 보면 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특히, 가연성 쓰레기가 부패하며 자연 발화로 화재가 발생하고, 유독가스가 퍼지기도 한다.  의성쓰레기산도 결국 화재가 발생했다.

쓰레기산 부근 논밭

◇ 전국 쓰레기 산 235개, 120만t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쓰레기산 은  전국 235개, 120만t이다. 이 중 절반인 68만2000t이 경기도에 있다. 그 다음 많은 곳은 경상북도다.

28만6000t이 CNN에 나온 의성군을 포함해 30곳에 퍼져 있다. 그 뒤로는 전북(7만8000t), 전남(3만2000t), 인천(2만9000t) 순이다.

이처럼 많은 쓰레기산들이 전국에 산재해 있지만  늘어나는 쓰레기 처리는 막막하다.
쓰레기는 재활용이 원칙이고 재활용이 어려운 혼합 쓰레기는 매립, 소각, 수출된다. 하지만 이 세 방법이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쓰레기를 태우면 나오는 다이옥신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2011년 611곳이었던 국내 쓰레기 소각 시설은 지난해 395곳으로 줄었다.

소각하는 대신 폐기물을 최대한 재활용할 수 있는 중간 처리 업체가 대두됐다. 그러나 재활용은 분리수거가 제대로 안 된 혼합 폐기물이 많아 여의치 않았고, 대부분 매립지나 중국으로 향했다.

그중 일부가 지금의 쓰레기 산이 됐다. 특히 한국의 쓰레기 수입국인 중국도 2017년 말에는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각국으로부터 들여오던 쓰레기 수입 중단 조치를 취했다.

◇ 날뛰는 브러커 그러나 수거후 나몰라 줄행랑

불법쓰레기 수거에는  브로커들도 등장한다. 쓰레기 처리 비용이 날이 갈수록 뛰니 브로커들이 일반 사업장 대표에게 '만원에 처리할 것을 8000원에 해주겠다'고 접근하는 식이다.

이들은 인근 토지를 임대하고 거기에 몰래 버리고 도망가기도 한다. 중국이 막히니 동남아에 쓰레기를 불법 수출하기도 한다. 실제로 한국에서 불법 수출한 사실이 적발돼 필리핀에서 평택항으로 다시 돌아온 '한국산 쓰레기'도 이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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