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 경계 사라지는 찰나까지 몰두할때 작품사진 나와
-설악산 적벽 70m,길이 1m, 직경 0.9㎝의 확보줄에 자신 명(命)걸어

설악산 암벽에 메달린 강레아 작가

설악산 적벽 70m에서 길이 1m, 직경 0.9㎝의 확보줄에 자신의 몸을, 아니 명(命)을 걸고 사진을 찍는 중년 여인.. 사진작가 강레아씨다.

그는 한장의 작품 사진을 찍고자 삶과 죽음의 허공에 메달려 먼발치에서 클라이머의 몸짓을 겨누며, 조리개에 자신의 혼까지 낚는다. 

강레아(51)씨는 우리나라 처음이자 유일한 여성 암벽 사진작가로 2000년부터 카메라를 메고 가파름에 매달렸다. 자연에서 기꺼이 한계에 다가서고 부딪히는 사람들의 몸짓과 눈빛을, 처절과 환희를 작품에 담았다.

강 작가의 렌즈에 각인된 클라이머들은 0과 1의 숫자로 바뀌어 흑과 백으로 새겨진다. 그의 모든 작품은 흑백이다. 사진은 한지 위에 수많은 점의 집합으로 다시 태어나 전시된다. 

강씨는 생과 사, 흑과 백의 경계선을 넘나든다. 그들은 오히려 순간 초점을 잃는다. 동공과 망막은 극심한 접사 모드로 급회전한다. 극한적 몰두의 찰나다. 그의 7년 전 전시회 ‘발현’은 이런 극한의 환경속에서 얻은 인간 의지의 용솟음이었다.

삶과 죽음의 암벽24시간 강자가의 설악산 작품

강 작가는 산에 다닌 지 30년이고 암벽 사진작가로 20년이다. 화가인 남편이 산에 다니며 사진작가로사는 게 어떠냐고 물어봐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카메라를 들고 산으로, 암벽으로 가게 됐다. 2004년부터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산악 잡지 기자와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했다. 

50대 중년 여성의 몸으로 안전장비에 카메라까지, 15㎏를 지고 등반한다는 게 쉽지 않다. 

사진 기술을 배우는 데 5년, 암벽 등반 기술을 배우는 데 5년 총 10년 걸려 작품 사진이 나왔다. 요즘은 과거와 달리 드론으로 안전하게 사진 촬영을 할수있는데 굳이 수십미터 암벽에 메달려 사진을 찍느냐고 하지만 그녀는 24시간 암벽에 매달려 보면 삶과 죽음의 인생 철학까지 느낀다고 말한다.

강레아 작가

그녀는 주로 설악산과 북한산을 찾아 작품을 만든다.  북한산은 클라이머의 요람이고 설악산은 클라이머의 향수(鄕愁)로 이 두 산은 누군가와 맞닿는 특별한 연결고리인 셈이다. 

강작가는 2006년 1월 설악산 토왕성 폭포에서 빙벽 등반하는 클라이머들을 촬영했다. 

5명이 차례로 먼저오르는 선등하는 장면을 찍었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새벽에 시작해 이튿날 새벽까지 이어졌다. 24시간 동안 빙벽에 매달려 있었다. 지독한 몰입이었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하강하고 나니, 눈물이 쏟아졌다. 

북한산 작품

강작가의 생사를 넘어든 목숨건 독한촬영은 그후에도 계속됐다.

누군가 설악산이 너무 아름다워서 내가 눈물이 났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라 에너지가 모조리 증발했다. 육신에서 긴중한 뭔가 빠져나간 느낌. 난 남편 손에 이끌려 내려간 뒤, 차 안에서 고꾸라져 사흘만에 깨어났다.

강 작가는 지난 20일 서울 인사동 갤러리미술세계에서 6번째 개인전 ‘산(山)에 들다’를 마련했다. 이번엔 설악산과 북한산에 대한 헌사다. 산은 그에게 설렘과 일렁임으로 죽음의 문턱도 선사하면서 삶을 다시 일깨워 줬다.

 2011년 청송 아이스 클라이밍 대회에서도 그는 체감 영하 20도에도 10시간 내내 인공벽에 매달렸다. 강 작가는 몰입하느라 화장실에 갈 생각도 못 했다. 

강작가는 “죽음의 문턱을 몇 번 밟자, 산에 대한 경외감과 삶에 대한 겸손함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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