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단 "지열발전으로 가능한 범위 훨씬 벗어나"

지진피해사진

역대 최악의 피해를 준 포항 지진은 지하에 숨어있던 단층에 지열발전소의 물이 주입되면서 지진이 앞당겨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정부조사연구단의 20일 결과 발표는 지열발전소가 지진을 '유발'한 게 아니라 '촉발'했다고 주장해 정부 책임이 줄어들것으로 보고있다.

이는 유발과 촉발은 사실적 면에서 차이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즉 유발은 지열발전소가 직접 지진을 일으켰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촉발은 직접적인 원인제공보다 간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으로, 앞으로 법정에서 정부의 책임 여부와 범위를 따질때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포항지진(규모 5.4)의 원인에 대해 인근 지열발전소가 땅에 고압의 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를 활성화해 본진을 촉발했다는 내용의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연구단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이 '촉발'" (서울=연합뉴스) 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지진은 인근 지역의 지열발전으로 촉발됐다고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이 20일 밝혔다. 사진은 2017년 11월 15일 지진으로 무너진 포항시 북구의 건물들 모습. 2019.3.20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열발전소는 땅에 4∼5km 깊이의 구멍을 뚫고 물을 넣어 땅의 열로 데운 뒤 여기서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린다.

지하에 고압으로 물을 주입하고 빼내는 과정에서 지반이 약해지고 단층에 스트레스가 가해져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

연구단은 지열발전이 이런 원리로 포항지진에 원인을 제공했지만 지진의 규모는 지열발전만으로 생길 수 있는 규모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유발(induced)지진'과 '촉발(triggered)지진'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국내조사단장인 이강근 서울대 교수는 "유발지진은 자극된 범위에서 파열이 일어나는 작은 지진"이라며 "포항지진 본진은 자극된 범위를 훨씬 벗어나는 ㎞ 단위로 파열이 일어난 지진이라 '촉발'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전에도 (세계적으로) 물을 주입한 부피나 압력에 의해 어느 정도까지 지진이 날 수 있다는 여러 발표가 있었는데 포항지진의 경우 그 범위를 훨씬 벗어나는 지진이었다"고 설명했다.

즉 촉발지진이라면 포항지진 일부만 지열발전의 책임이고 나머지 더 큰 부분은 지열발전 외 요인이라는 뜻이다.

이 차이가 법적 책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연구단은 과학적 결과에 기반을 둬서 메커니즘(작동원리)을 설명했고 법적인 책임은 우리가 판단할 범위는 아니다"라면서 "자연지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포항지진이 자연지진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난 만큼 정부가 관리책임을 완전히 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지진이 지열발전으로 가능한 규모를 넘은 대규모 지진이라는 조사 결과는 정부의 책임을 한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조사 결과를 제대로 분석할 시간이 필요하며, 배상 책임 여부는 향후 법원 판결을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연구단이 조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독립성, 객관성, 공정성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정부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고, 오늘 아침 발표하는 시점에 조사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지열발전소는 지금까지 국비 185억원 등 총 391억원이 투입된 정부 연구개발사업으로 추진됐다.

한편 포항 지열발전소 사업은 주관기관인 ㈜넥스지오 외에 포스코, 이노지오테크놀로지, 지질자원연구원, 건설기술연구원, 서울대 등 여러 기관이 다양한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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