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문시장에서 30일 새벽 대형화재가 발생했다. 2005년 12월 2지구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당시 1천여 억 원의 피해를 낸지 11년만이다. 이번 서문시장 화재는 겨울철 재래시장에서 매년 되풀이되는 전통시장의 본보기라 할 수 있다.
원인미상의 불은 사소한 부주의로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서문시장은 40년 된 노후건물로서 화재에 취약하고 주요 상품인 섬유류가 불쏘시개 역할을 해 불이 순식간에 번진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대구 중부소방서장이 밝힌 피해내역을 보면 4지구 800여 개 점포 중 677개 점포가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정확한 피해규모는 상인회, 상인들과 논의하고 있으며 별도의 확인 절차를 거쳐야 정확한 피해액 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대구시장은 화재 현장을 방문한 국민안전처 장관에게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소방 관련 특별교부금 지원을 건의했다. 서문시장은 6개 지구에 4천여 개 점포가 있으며 건물 총면적은 6만여㎡다. 이번 화재도 11년 전 발생한 2지구와 닮은꼴을 보인다. 경찰은 당시 화재가 누전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연말 특수를 기대하고 상인들이 판매할 물품을 많이 구비해뒀다는 점도 비슷하다.
동절기 재래시장 화재를 막는 방법은 전통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화재에 대한 경각심과 안전의식 고취는 물론 긴급 상황 발생에 따른 대응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또한 상인을 대상으로 화재안전 예방교육을 실시해 상인들의 안전의식 강화 및 긴급 상황 발생 시 즉각적인 화재대응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화재 등 재난발생시 초동대처요령, 전기·유류·가스화재시 상황별 대처방법, 대피방법, 소화기 사용법 및 관리요령, 비상구·소방차량 통행로 확보 및 자율안전관리 강화, 공동건물과 공동주택의 대피로 확보 등 동영상자료 상영과 소화기 사용법 직접 시연해 상황 발생 시 빠르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당국은 동절기 대형화재 예방을 위해 연례 소방훈련을 하는 등 대책에 나서고 있지만 또 어처구니없이 피해를 당했다는 점에서 재래시장 화재를 막을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본다.

사소한 것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하고 실종자 가족들은 구조소식이 늦어지자 정부를 원망하며 청와대로 가려고 했다. 애타는 심정으로 하루하루 실종자를 기다렸지만 돌아오는 것은 몇몇 구의 싸늘한 주검뿐이고 늦어지는 구조를 지켜보다 아무것도 못한 정부의 무능력에 대해 가족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세월호에서 숨진 채 발견된 단원고 교사 최혜정 씨의 당숙 최형규 씨는 모 신문사에 편지를 보내 ‘하루 세 끼 먹는 나라보다 하루 두 끼를 먹어도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풍족하지만 불안하게 살기보다는, 부족하지만 안전하게 살고 싶다는 의미일 것이다.
대형사고가 터질 때마다 자주 거론되는 이론 중에 1 : 29 : 300의 법칙으로 불리는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사고를 예견하는 경미한 조짐들이 발생하는데, 그 징후가 300여 차례 나타난다는 것이다.
1920년대 미국의 한 보험회사 직원 허버트 하인리히가 5000여 건의 산업재해 사례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이 법칙은 각종 사고나 재난 등에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고 한다.
사소한 부주의로 발생한 세월호 참사도 하인리히 법칙을 무시한 결과로 나타났다.‘회사가 사고 발생 2주 전 조타기 전원 접속에 이상이 있음을 확인하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선장이 회사에 여러 차례 선체 이상을 얘기했지만 묵살됐다’,‘지난해 5월 제주항에서 화물을 부리다 10도 넘게 기운 적이 있다’,‘배의 균형을 잡아주는 평형수 탱크 등에 문제가 있다고 회사에 수리를 요청했으나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는 등의 증언을 관계자들이 진술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 후에 나타난 과정에서 보듯 우리나라 선박계의 현실은 엉망이다. 연안 여객선의 경우에도 안전규정 위반은 물론이고 항해사 면허도 없는 갑판장이나 선원이 키를 잡고, 적재한 물품이나 차량을 결박하지 않고 운항하는 것이 다반사라는 것이다. 또한 관리감독의 사각지대 선박계를 관리 감독하는 해수부와 해경 등은 과연 제 역할을 다했는지 궁금하다. 대형 사고는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는 게 아니다. 사고 이전에는 반드시 어떤 징후를 보여준다. 경미한 사고들이 생기면서 경고를 주기 마련이다. 이러한 사소한 징후를 무시하고 방치하면 거기에 따른 대가는 상상을 초월하게 되는 것이다. 설마가 불러온 안전불감증이 세월호 사고에서도 어김없이 반복되었다. 사고 후 사후약방문 식으로 허둥대는 우리나라의 총체적 안전불감증은 언제쯤 없어질 수 있을지 안타깝다.
사소한 경고를 무시하면 결과는 반드시 대형 참사로 돌려준다는 것이 하인리히 법칙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우리는 사소한 것에 소홀하면 안 된다. 작고 사소한 것에 소홀하다보면 전체가 붕괴되는 예상치 못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안전에는 항상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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